강원도 대관령 일대에 1조원을 들여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10일 강원도에 따르면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 대관령 일대에 스키점프장 등 동계올림픽 관련 경기시설 3개를 2006년까지 조성하고 스키장과 워터파크, 회원제골프장, 콘도 등 대단위 복합관광시설은 2008년까지 완공하는 등 150만평 규모의 ‘피스밸리 리조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가 토지 120만평을 현물출자하고, 사유지 30만평을 추가로 매입하는 등 리조트 조성에 필요한 재원은 콘도와 골프장의 회원권을 팔아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도의회 등은 여론수렴도 하지 않은 채 지방공기업인 강원개발공사를 내세워 강원도의 1년 예산과 맞먹는 대규모 개발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를 내세워 반대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등은 또 열악한 지방재정 사정을 감안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훼손, 지역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토지개발공사와 평창군이 인근 평창군 진부면 간평리와 도암면 유천·차항리 일대에 340만평 규모의 관광리조트 건설을 이미 추진중이서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개발공사측은 “사업발표가 늦었을 뿐 4∼5년 전부터 구상했던 사업으로 토지공사의 사업과는 관계없다”고 맞서고 있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가 800억원이 들어가지만 지역개발기금 등에서 1800억원 정도를 차입하고 골프장 콘도의 공정이 20∼30% 진척되면 회원권분양이 가능, 초기투자를 회수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기 자본이 없는 지자체가 부동산 투기에 직접 나선 격”이라며 “설령 회원권 분양으로 7000∼8000억원 상당을 충당하더라도 결국 부채로 남게되고 회원들로부터 연회비를 받는 형태로는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청정환경연대는 최근 성명서에서 “피스밸리 현장을 조사한 결과 주먹구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며 “문제의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강원개발공사 관계자가 도의회에서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해 답변했으나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형지(45) 도의원은 “강원도가 산불과 수해 등 재해로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에서 왜 이런 무모한 사업을 벌이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컨설팅전문업계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는 등 외국인들이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리조트들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을 무시하고 너무 낙관적으로 사업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자기자본 없이 회원권을 팔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형태로 콘도개발 사업을 하다 사고를 일으킨 종전의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전국 씨감자의 65%를 공급하고 있는 감자원종장 대체부지 마련하는데도 수백억원을 보상해야 하는 등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점을 감안하면 수해복구사업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평창지역 주민들은 “당초 토지개발공사가 추진하려다 발을 뺀 사업인데도 지방공기업이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강원개발공사는 부동산 투기 보다는 산업단지 조성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환경련 관계자는 “피스밸리 조성 사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공동체를 붕괴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누구를 위해 이같은 사업을 벌이려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